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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호 칼럼

학생들의 수학공부에 도움이 되는 조안호선생님의 여러 가지 글들을 실어놓았습니다. 학부모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초등수학의 개념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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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055회 작성일 21-06-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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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수학의 개념은 이것이다.

 

많은 전문가의 수학 강연을 들어보면 "개념이 중요하다"란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정작 개념이 무엇이라고 하거나 심지어는 개념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라는 용도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시간의 부족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필자가 보기에 자연수의 성질, 분수의 성질, 등식의 성질, 수직선의 성질 등이 가장 중요하지만, 교과서에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아는 사람도 없고 설사 안다해도 쉽게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없다.(수세기나 수직선은 이미 유튜브에 강의를 올려놓았으며, 최근 분수의 성질을 올리기 시작했다/2021년 1월)


따라서 최소한 초등학교교과서에서 다루는 +, -, 곱셈기호,  나눗셈기호 등의 연산기호와 >, <의 부등호 와 등호(=) 그리고 괄호(   )라는 몇 개 되지는 않지만 기호들에 있는 개념만큼은 반드시 가르쳐야 된다고 본다. 


초등학교의 문제들만 풀다보면 과연 그런 것이 개념이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개념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이어서 중고등학교를 가르치다보면 그 쉬운 개념이 어떻게 아이들을 괴롭히는지 무수히 목격하게 된다. 기호들이 몇 개 되지도 않으며 연산을 하면 자연스럽게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르치지 않았을 때 저절로 아는 경우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개념은 수학자들이 논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만들어가는 것이지, 구성주의자들의 주장처럼 문제를 몇 개 풀거나 관찰을 통하여 일반인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쉬운 개념을 가르치지 않았을 때, 특히 괄호와 등호는 중학교의 개념과 맞물려서 부등호는 고등학교에서 많은 아이들을 괴롭히는 존재가 된다.


이들 기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이런 기호를 ‘약속기호’라고 해버리는 데 있다. 약속이니 규칙이니 하며 그냥 외우라는 것이고 아이들도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기 때문에 어떤 생각의 여지가 없게 된다.


나는 수학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기호를 약속이 아닌 ‘명령기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명령도 약속의 한 가지이기에 그게 그거인 것처럼 보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보자. 2+3의 답을 4+1이라고 했다고 보자. 2+3이나 4+1이나 답은 5로 같다. 하지만 이것은 틀린 것이다. 2에다 3을 더하라는 명령을 수행하면 5가 되는 데 4+1은 명령을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2+3=4+1’은 등식의 성질로 보면 맞는 식이다. 


빼기의 예로 에피소드를 든다. 한 수학자의 아들이 5-2의 답을 5로 써서 왜 5인지 물어보았단다. 5빼기 2가 3이지 왜 5냐고 물으니 ‘저도 3이라고 써야 맞는 줄은 아는데 5-2에서 보듯이 2를 빼놔도 여전히 5가 남지 않아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수학자의 대답이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라며 창의적이라며 기뻐하였단다. 


기호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아서 이처럼 아무거나 대는 것을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창의적일 수는 있지만, 분명코 수학이 가르치려는 것은 아니다. 수학적으로 개념이 안잡힌 것으로 5와 2를 갈라놓은 것이 아니라 5에서 2를 빼라는 명령기호라고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자세한 기호들의 의미를 다루려면 지면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간단하게나마 언급한다. 


먼저 수의 사칙연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개념은 수만이 계산되며, 같은 수들이라도 기준이 같지 않으면 계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다음 연산을 통하여 언제 커지거나 작아지는가를 아는 것이다. 


커지거나 작아진다는 것은 ‘무엇보다’라는 기준을 갖게 된다. 사칙연산에서는 4학년 이후에는 우선 이것부터 가르쳐야 한다. ‘2+3=5’에서 기준은 2이고 여기에 3을 더해서 2보다 3커진 5라는 또 다른 기준이 만들어진다(2와 3을 모두 기준으로 보면 합이 된다). ‘5-2=3’에서는 ‘작아진다’라는 관점으로 보면 5가 기준이고 여기에 2를 빼서 새로운 기준인 3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보통은 그 차이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기준은 2가 된다. 곱하기는 ‘같은 수의 더하기’이니 ‘2×3’에서 2가 기준이고 2를 3번 더한 수가 된다. 


나누기는 ‘같은 수의 빼기’인 포함제를 가르쳐야한다. 교과서가 제시하는 등분제는 가르치지 않아도 등분제를 가르치지 않으면, 나눗셈문장제 문제를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찍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12÷3에서 기준은 3이 되고 ‘12에서 3을 몇 번 뺄 수 있을까?’란 의미를 아이가 모른다면 모든 나눗셈 문장제문제를 찍었다는 것이다. 


괄호(( ))는 먼저 계산하라는 명령기호이고 부등호(<,>)도 ‘큰 쪽으로 입을 벌려라!’라는 명령기호로 받아들이면 된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가르쳐야하지 그냥 저절로 알 것이라든지 발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이를 천재로 아는 것이다. 


아이가 천재 중의 천재라 해도 수학적 현상들을 통해서 개념, 원리, 법칙 등을 발견할 수 없다. 게다가 보통의 아이라면 하나하나의 개념은 한두 번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귀에서 진물이 나도록 반복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곱셈과 나눗셈 그리고 등식의 성질은 한번 가르칠 때 6개월 이상을 계속 물어서 튼튼히 해야 한다. 


6개월을 물었어도 1-2년 후에 온전하게 개념을 머리 속에 가지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서 다시 몇 번을 반복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런데 기호가 갖고 있는 의미를 소개하면서 ‘기준’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수학의 생각을 뻗어나가게 하는 것은 기준이다. 기준을 잡으면 생각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어 비교적 정확하게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모든 수학은 최종적으로 함수에 도달하는데 함수는 기준과 기준 사이의 관계들로 만들어진다. ‘2+3=5’에서 2와 새로운 기준 5 사이에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도 절댓값이나 루트, 시그마(∑) 등 무수히 많은 수식이 있는데 대부분 약속기호로 보고 그냥 외우고 있다. 예를 들어 ∑기호는 ‘더하라!’는 명령기호이고 이것을 수행해야하는 것은 학생자신이지만, 마치 기호가 무언가를 해주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공식만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 이 작은 생각만 바꾸어주어도 발전하는 고등학생들을 여럿 본다.

    

원리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방법은 한 번에 7배의 효과

 

위 글을 읽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거나 쉬운 것을 왜 그렇게 어렵게 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처음에 개념으로 가르치면,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지만, ‘그냥 문제나 풀어요.’와 같이 문제푸는 기술이나 알려달라는 아이들도 꽤 된다. 수학을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가르치기가 훨씬 어렵고 아이들에게는 귀찮은 일임이 분명하다.

 

수학을 지도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개념을 가르치고 개념을 사용하여 문제를 풀게 하는 방법이고, 하나는 유형마다 문제를 푸는 기술을 가르쳐서 풀어본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유형으로 가르치면 가르치기는 쉽지만 훨씬 더 무수히 많은 반복을 해야 풀어본 문제를 잊지 않고 풀 수 있다. 유형으로 공부하는 방법은 당장 문제를 빨리 해결하니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풀어본 유형이 아니면 문제를 풀지 못하며 계속 유형을 외우어야하니 갈수록 지치고 어려움이 지속되고 수학적 지식이 쌓이지 않는다는 한계를 보인다.


개념위주로 가르치는 방법은 처음에 가르치는 사람도 어렵고 배우는 학생도 어려워서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아이들이 개념 전체를 외우려하기 보다는 개념도 결과만을 단편적으로 외우려들기에 이를 반복해서 가르치는 일은 웬만한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아니고는 어렵다. 그러나 개념위주로 배우고 개념으로 문제를 풀게 되면 개념이 점점 튼튼해져서 처음보는 문제를 접근하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또한 다음의 어려운 단계로 이행할 때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개념으로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처음보는 문제나 어려운 문제에서 그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수학 학습 심리학 박사인 스캠프의 <수학 학습 심리학>이란 저서에는 기호를 외우게 하는 실험이 있다. 이해하고 외우면 직후에 70%가량이 남아있고 4주 후에도 58%가 남아있다. 그러나 무조건 외운 것은 바로 30%, 4주 후에는 8%만이 남는다고 한다. 이처럼 관계를 알고 외운 지식은 그렇지 않고 외운 지식보다 7배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해를 하였어도 4주후에 남는 58%는 사용할 수 없는 정도로 남은 지식이다. 이를 항상 사용할 수 있는 70-80%의 지식을 머리 속에 가지고 있어야 수학은 사용이 가능한 지식이다. 


교과서는 수학본연의 특성을 살리기 보다는 아이들이 쉽도록 하는 것과 가르치기 편한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용어의 정의가 왜곡되고 개념은 커녕 연산조차 알고리즘이라는 기술들로 가득차있다. 기술로 가르치는 것은 스캠프박사의 실험결과처럼 기억의 파지기간이 짧다. 예를들어 초등에서 3년간이나 분수의 사칙계산을 알고리즘이란 기술로 가르쳤지만, 분수의 다양한 개념은 커녕 단순 분수연산을 못하는 중학생이 절반이나 되고 이들이 모두 수포자가 된다.


필자의 중학수학을 다룬 책에서 중학교의 중요 개념을 4개(음수, 절대값, 거듭제곱, 등식의 성질)로 압축하면서, 3년간의 중학수학이 이것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만약 이것을 벗어나면 초등학교 문제라고 했다. 


이처럼 개념으로 접근하면 수학의 개념은 많지 않다. 4개지만 이것들이 분수와 괄호 부등호를 만나면서 수천가지의 문제를 만들어내고 개념이 많이 섞이면 어려운 문제가 된다. 많은 아이들이 개념에 치중하지 않고 많은 문제만을 다루려고 하기에 어려움을 자처하는 것이다.

 

물론 초등학교에서의 연산만큼은 머리발달과 언어적 측면에서 볼 때, 결과 위주로 지도와 개념 위주의 지도를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연산이 아닌 모든 수학학습은 개념으로 풀때만이 수학적 실력이 자라나며 유형의 문제를 풀면서 많은 반복을 한다해도 끝까지 개념이 형성되지 않는다. 


또 하나 많은 반복으로 나중에 개념이 형성될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이미 과정이 지나가서 형성된 개념을 연습할 기회도 잃고 성적도 낮은 악순환의 고리를 갖게 된다. 그나마 많은 문제만을 풀어서 올리는 성적은 중학교 때까지이고, 고등학교에서는 개념없이 문제유형만으로 수학을 감당할 수 없다. 끝까지 문제만을 풀어서 해결하겠다면 고등학교의 3000가지 유형을 감당해야 하며 그리고 그 결과는 통상 3등급이 최고의 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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